안전사고 소규모 건설현장에 집중해야 한다


머지않아 장마철이 돌아온다. 우기에 재해의 빈도가 크고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안전 미준수로 인한 후진국형 안전사고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건설현장의 필수 규범임에도 형식에 머무는 것 같다.

얼마 전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에서 가스가 폭발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철도는 물론 도로·주택·상하수도 등 폭발 위험물을 사용하는 모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구조물의 기초 설계 등 4건의 건설기준을 개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최근 들어 건설현장의 재해율이 낮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전체 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지난 5년간 전체 산업의 평균 재해율은 0.5~0.65%인데 반해 건설현장은 0.73~0.92%에 달하고 있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률도 전체 산업은 1.01~1.3명인데 비해 건설업은 1.5~2.21명이었다.

공사현장에서 매번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이 거론되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건설현장에서 2만 5132명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해 이 가운데 49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업 현장의 산재자 중 건설업 산재자의 비율이 무려 27.9%에 이른다. 이처럼 건설업 재해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이유는 영세한 소규모 건설현장이 상대적으로 안전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전관리에 대한 포커스가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되는 50억 원 이상의 중대형 공사에 집중되어 왔다. 착공 전 안전관리계획 역시 10층 이상 건물이나 10ｍ 이상 굴착공사에만 의무화되어 있고, 안전 취약 시기인 해빙기, 우기, 동절기에 실시하는 정부의 정기 안전점검도 공공발주 공사와 대규모 민간 공사 위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50억 원 이상 중대형 공사에서의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는 0.83명으로 전체 산업 1.01명보다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5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서의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는 2.24명에 이르는 등 전체 산업에 비해 2배 이상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재해율이 높은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정부는 ‘건설현장 취약요인별 맞춤형 사고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열악한 안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20억 원 미만 공사를 대상으로 ‘추락예방시설 설치비용 지원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사고가 빈번한 철근 콘크리트 공사와 강구조물 공사를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의 사업주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소규모 시공업체의 안전 의식과 안전 관리역량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취약 시기에만 실시하는 현행 정기 점검과는 별도로 안전관리계획의 이행 실태를 확인하는 상시 점검반을 신설·운영하고, 안전보건지킴이를 소규모 공사에 집중 배치하는 등 상시 점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택 밀집지역 공사장 주변의 주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건축허가 시 지방자치단체가 주변 시설물의 현황을 확인하고 파손 우려가 높은 시설물이 현장에 인접한 경우에는 구조 안전성을 재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 중인 것으로 본다.

정부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모든 소규모 공사장을 정부 주도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건설 현장 수는 38만개 중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 현장은 35만 개에 달하고, 그 대부분이 민간 공사이기 때문이다. 안전 관리 절차에 대한 법규를 마련하고 위반 사항 확인 시 처벌하는 방법과, 교육이나 비용 보조를 통해 민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외에 소수 또는 개인의 전문가 집단(예 기술사사무소 등)을 활용한 프리렌서 도입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형현장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현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 발주자와 공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공자가 경제 논리보다 근로자의 안전을 중시하도록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안전의식 함양은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