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령화시대에 반 정도 살았다. 내가 지금까지 쌓은 건 경험이다. 어떤 노하우나 지식을 축적했다면 지금부터는 하나씩 풀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후배들이나 미래 세대한테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젊은이들의 경우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 첫째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하고, 둘째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바보처럼 도전하라’는 말이 있다. 정부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누구나 직업의 귀천 없이 내가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 일자리다. 젊은이나 베이비부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인’자 세 번만 새기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듯이 인내가 필요하다.

신=사회적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대거 산업현장 은퇴현상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고,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김 원장은 1955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들이 같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살아 온 선배 세대로서 후배 세대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면.

김=가정교육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좋은 대학교, 또는 무조건 대학을 가야한다는 교육열이 강하다보니 질적인 교육보다는 양적인 교육으로 치달으면서 폐쇄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일부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이 더 많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잘 반영되지 않는다. 스포츠나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보면 한류 열기가 대단하지 않나. 이런 현상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소질이나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만 잘 계발한다면 그것이 직업으로 연결되고, 하나의 삶으로 연결된다. 공무원시험이 몇 백 대 일의 경쟁률을 가진 나라가 없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것뿐이다. 젊은이들이 그 쪽으로 편향한다는 것이 사회의 지배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잘못 만든 것이다. 후배들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충남대 학생과 한밭대 학생이 생각하는 사고개념이 다르다. 한밭대의 경우 산업대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취업이 잘된다. 어디든 벤처기업이나 소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국립대는 나름대로 대학원을 간다든가, 엘리트 의식이 좀 있는 것 같다. 나는 강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만들어 많은 직업을 만들어준다면 그것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엘리트적인 사고가 크다보니 미국처럼 안 되는 거다. 사회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생겨야 미래가 밝다.

신=‘베이비부머 사태’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고령화 시대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건이다. 이럴 때 새로운 생각이나 새로운 기준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정부나 사회에서 제도나 법으로 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에 시기적으로 일천한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흔히 ‘인생 이모작’이라든지 ‘백세시대’라고 얘기한다면 개인의 책임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인생 이모작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 또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모작이 왜 지금 시점에서 나오고 필요한가.

김=직장에서 나올(퇴직할) 때 생각은 갖고 있지만 준비는 못하는 것 같다. 일반기업에서는 55세면 나와야 한다. 미리 5년 전 부터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내가 가진 취미, 적성을 알아서 하면 된다. 준비를 하면서 나온다고 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정책은 정책으로 끝나지, 우리들 사이에 스며들지 못한다. 소득도 높아졌고 생활환경도 좋아지지 않았나. 이런 것도 복지다. 복지 측면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책을 일관(유지)하면서 실행할 수 있는 민간 기구들이 많이 생겨서 협업하며 풀어나간다면 된다.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을 활용해 통일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게 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가 생색내기 식의 정책보다 실제로 은퇴자들이 나와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유능한 리드(정책)를 하는 거다.
 
 신=(은퇴 후) 취미활동은 어떻게 하나. 하루 24시간 중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김=부자지간에는 상당히 돈독하다. 아내와는 어렵다.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요즘 주 5일제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평일 저녁에 내 업무가 끝나면 모임이나 행사 다니다보면 늘 늦는다. 만찬하고 술 한 잔 하다보면 집에 가서 대화할 시간이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이다보니 대화할 시간이 없다. 그러다보니 나는 일주일에 토요일하고 일요일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결혼식 같은 특별한 행사 외에는 (외출을)안 간다. 그 시간만은 아내와 같이 공주시에 조그만 농장에서 자연인이 된다.
신=돌발질문 하나, 결혼기념일 기억하고 있나.

김=12월 26일이다.

신=우리 세대는 이런 정도 되면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인정을 받았다. 이제는 아내의 친한 친구 5명 정도를 꼽아야 하고, 아내의 주량, 아내의 취미, 아내가 제일 최근에 본 영화를 알아야 된다고 하더라. 그것까지는 질문을 못 하겠고…. 최근 모교인 한밭대 총동문회장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포부를 말해 달라.

김=우리나라 산업전선에서 한밭대 출신이 안 들어가 있는 곳이 없다. 사실상 전임 동문회장들이 잘 해 왔기 때문에, 나는 기업인도 아니고 재력적으로나 기타 여러 부분에서 동문회를 이끌어 가는데 상당히 걱정이 많이 된다. 회장직을 끝까지 고사했는데, 주위 제자들이 도와주겠다고 권유해서 거절을 못하고 수락했다.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임원진도 구성이 끝났다. 임기가 2년으로 짧다. 역사가 90년 가까이 되다보니 다른 학교와 특성이 다르다. 과거처럼 동문회 운영 방식을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바꿔 사이버동문회를 육성할 것이다.

신=정서적인 차원에서 취미활동을 할 시간은 있나.

김=틈새 시간을 잘 활용한다. 스포츠를 다 좋아한다. 각종 모임 등에서 항상 대표를 할 정도다. 운동도 틈틈이 해야 체력관리를 할 수 있다. 또 책 읽기랑 글쓰기를 좋아한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다. 신문 기고도 용달차 한 대 분량 정도는 될 것 같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자서전을 쓰고 싶은데 양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난다. 새벽에는 짬나는 시간에 수필도 쓰고 책도 읽는다. 이것저것 즐기는 편이다.

신=미래건설연구원을 설립했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건가.

김=남들이 거기서 뭐하는 거냐며 의구심을 많이 갖는다. 만든 이유도 그런 의구심을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래사회가 바라는 뭔가를 선도적으로 뿌리를 내려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크게는 건설사업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연구 등에 참여도 하고, 국가 신기술 R&D 연구 활동, 산학협력 컨소시엄에 제안 등을 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갖고 컨설팅도 좀 해주고 있다.
교육사업도 병행해서 전문분야 쪽으로 5가지 핵심 포커스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미래건설 CEO 혁신포럼이다. 대상은 건설 CEO, 공공기관, 공기업 임원급 이상들을 CEO에 가입시키고 건설 산업정보 지식 같은 것을 수집한다.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CEO들에게 매일 아침에 넣어주고 1년에 두 세 차례 컨퍼런스를 열고 실추된 이상을 세워주고 기를 넣어주는 거다. 정보 교류의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포럼 운영을 하고 있다.

신=‘베이비 부머들의 급작스런 산업현장 이탈과 사회’.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30초 정도만 동료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한 하디 해 달라.

김=베이비부머 시대에 직면한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이 탓 하거나 과거 자신의 자존감을 버려야 한다. 내 속에 들어있는 것을 하나하나 환원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지면 된다. 늘 내가 하는 일에 보람 있다고 생각하고 틀에 맞춘다고 하지 말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다.